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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poem'에 해당되는 글 100건

  1. 2010.05.02 시 3편
  2. 2010.04.11 배고픔
  3. 2010.04.10 영원
  4. 2010.04.02 즐거운 휴일
  5. 2010.03.30 소주 한 잔
  6. 2010.03.23 하루살이
  7. 2010.03.22
  8. 2010.03.21 소 불고기
  9. 2010.03.21 나뭇잎
  10. 2010.03.16 풍경

시 3편

Poem/poem 2010. 5. 2. 14:17
시 3편

그림자 밥

전기밥솥 안 쌀 두 컵을 넣고
쌀보다 약간 올라오는 물을 넣은 다음에 휘젓기.
그림자는 밥을 씹어 삼켜 들어가서 안에서 융화하여 하얀색 거품이 되어 그릇에 담긴다.

끌이기 전에는 가만히 몰래 숨겨두었던, 언제부터 안에 있던 것인지 아는 것은 자신뿐일 것만 같다.
어둠 속에 그렇게 장시간 노출된 쌀은 역으로 부풀어 올라 터져 나오는 것이고, 혀끝에 댄 흰 쌀 한 톨은 그럭저럭 까칠거린다.

그릇 안에서 물어본 바에 의하면 왜 자신은 어둠에 삼켜져야만 했는지 그리고 혀 속에서 회전해야만 했는지 알 수 없다고 하지만, 난 처음부터 그럴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는걸

나한테 물어보는 밥 앞에서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한 수저밖에 없다.


사과벌레

나른한 4월 말
잠이 느물느물 쏟아져 내린다.
사과를 혀로 베어내어 나를 둘러싸 감아버린 느낌
나는 후생에 사과가 되어야겠다.
발밑에 꽃잎들이 팔랑거리고 사과껍질에 닿은 벚꽃들이
하나 둘 다른 나무를 유혹해 나가는 순간
저 하늘 가운데를 콕 하고 찍은 사과 하나 말갛게 씻겨져 간다
어쩌면, 난 그 속의 벌레 일지도
사과 속에서 기생하고 알을 낳는 사과벌레
사과는 껍질을 다시 빙글빙글 감아올리기 시작했다
애벌레가 사과 속으로 쏙 침잠해 들어간다.


밥을 먹는 7가지 방법

히히히 오늘 밤 하늘을 봐 엄마 밤 하늘에 엄마 얼굴이 누렇게 떠 있다
욘석아 이게 어떻게 내 얼굴이냐 내 얼굴은 하얗고 차디차구먼
도시 한 가운데 베란다에선 창틀에 갖힌 별이 쏙쏙 얼굴을 내 밀구 있다
욘석아 너도 어렸을 때는 저 별들처럼 얼굴이 누렇게 떠 있었더라
그럼 엄마의 얼굴은?
난 오늘 처음으로 별에서 벼락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밥에는 일정량의 물이 들어간다
물에 관한 생태보고서는 다음과 같다.
1. 물은 수소 두 개와 산소 하나로 이루어져 있으며
2. 무기질이 함유되어 있으므로 끓이거나 마른자리에는 얼룩이 남는다고 함
3. 물의 입자는 사람의 감성에 공유한다고 함
그럼 엄마 엄마가 짓는 밥에서는 밥알의 모양이 계란처럼 동글동글한데 우리엄마의 마음에는 무엇이 들었나?

밥그릇처럼 둥근 공간에 밥알이 은하수처럼 쏟아져 내린다.
이 밥 한알한알마다 너를 먹이려고 키운 엄마의 별이랑께..
네가 입안에서 혀를 하나 둘 굴릴 때마다 날 생각하라고 기른 하얀 쌀이랑께..
혀 돌기를 감도는 쌀알이 하나 둘 달짝지근하게 입안에 달라붙는다.

어렸을 적 하얀 쌀밥을 때어내다 돌기가 뿌리째 뽑혀나간 기억

오늘 밤하늘에 빛나는 별에서는 어떤 모양의 쌀이 자라고 있을까
Posted by shiny_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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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픔

Poem/poem 2010. 4. 11. 08:28

배고픔

배가 천천히 텅 빈 위장을 알리고 있다
그르럭 소리가 나는 것처럼 날 붙잡고 하소연하는 것처럼
때로는 내가 긁어냈을 소리인데
귀에 거추장스럽게 들린다

때로는 아름답고 때로는 아름답지 않게 들렸을 같은 소리 앞
어떤 소리에서 귀가 아파왔을지
같은 상황을 따뜻하게 받아들였을지
그는 옷자락이 매우 길게 늘어졌었다

한겨울 따뜻한 난로에서
무언가 배고픈 감각 앞에서 한없이 작아질 무렵이면
마치 어린아이로 돌아간 듯
나이는 거꾸로 철이 없어진다

Posted by shiny_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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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

Poem/poem 2010. 4. 10. 08:01

영원

개나리가 꽃 피워가는 지금
한 줌 낙엽과 대조를 이루고 있는 색상
그곳에 너와 내가 있다면,

이따금 한줄기 선선한 바람에
이러한 대칭의 거리에서 어울리는 것이라면
어쩌면 같은 색인 우리는 도저히 만날 수 없는 거리에 있다

조금은 어울릴 듯한 서로 다른 색상은 그렇게 만나지 못함이 만남일지도 모른다
개나리가 지고 나면 또 하나의 낙엽이 가지를 얻을 텐데

지금 이렇게 널 보는 것도,
한 때를 지나 만나게 될 같은 색일지도 모른다
저 변동 없는 근원처럼

Posted by shiny_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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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휴일

Poem/poem 2010. 4. 2. 20:24

즐거운 휴일

한 주가 끝나가는 금요일이 되면
몸에서 없던 힘이 솟아오른다
내 몸 세포 하나하나에도 한 주란 개념이 있었을까

나른해진 피의 동력이 다시 활발하게 생기를 되찾아가고
손등은 어느덧 빨갛고 파란 핏줄로 탱탱하게 무르익었다

그처럼 밝고 따뜻하고 파란 생기였다면,
주말마다 매번 평일이 되고야 마는 핏줄

내 몸의 한 주는 오늘이 시작이다

Posted by shiny_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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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한 잔

Poem/poem 2010. 3. 30. 17:41
소주 한 잔

삼겹살이 지글지글 익어갈 때면, 환기구로 올라서는 바람들 마늘 바람 김치 바람 파 바람 삼겹살 바람 젓가락은 바람을 집어들었다 바람은 유기체였을 때를 기억하고는 삼겹살처럼 자신의 몸을 웅크려보려고 했지만 젓가락의 지휘에 따라 자신도 모르게 4/4박자를 그려버리는 것 어쩌면 나는 고기가 아니라 음악이었을지도 소주는 청중의 몫이기에 바람이 이는 밤 시원하게 들이켜보지만 어쩐지 무언가 매캐하고 답답한 가슴에 반찬을 하나 둘 뒤적거려본다 소주 한 잔에 반찬 하나 이 완전한 조합으로 노릇하게 익은 삼겹살을 애도하는 시간
Posted by shiny_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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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Poem/poem 2010. 3. 23. 18:47
하루살이

하루살이가 좁은 틈새로 침입하고 있다
어느 빈틈으로 가녀린 날개를 접어 넣었을까
어둡고 조용한 곳으로 자신의 양발이 닿을 듯 말듯
가벼운 발걸음을 흘리고 있다
그는 자신이 하루 삶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지
부들거리는 날개는 취식을 잊고
지는 달을 보며 떠오르는 태양을 미지의 세계를 향하듯
회상하지만 아직 단단히 고정시킨 자신의 발로
좁은 틈새 같은 하루를 붙잡고 있다

그렇게 단단하게 끈질기게 마감하는 하루를 바라보는 것은
내 생명의 끈에 대한 바른 연민인 것일까
어딘가 또 다른 음습한 어둠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생들이
부릉부릉 파닥거리며 쏜살같이 내몰리고,
내일 저녁은 어제와 같은 그리움으로 가라앉겠다
오늘 밤에는 날개를 함부로 펼칠 수 없을 것 같다.
Posted by shiny_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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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poem 2010. 3. 22. 17:37

다 같은 눈동자도 두 번 쳐다보면
눈동자 안 빛나는 동공이 보인다 별은 그 안으로 들어가서 자신을 감싸 안아버린 그리움을 찍어내고 긴 눈썹의 곡선을 타고 빛난다
달은 별이 낳은 그리움이라는 것을
내 안에 또 다른 새까만 나를 열어젖히면 이내 웅크리다가 화들짝 커지는 시야 속 너는 그 틈으로 미끄러지듯 그리움을 꺾어 별자리를 만들었다 매일 같은 밤이지만 내 눈에 비추는 너는 다른 그리움에 반응한다
나와 별의 공통점은 만질 수 없다는 것이므로, 별이 때로 삐죽거리며 심술 대는 것을 난 내 눈의 우물에 담고, 어디선가 별을 물에 담고 있을 또 다른 표정을 보기 전에 살그머니 난 나의 우물을 닫아버리고 만다
별이 숨어버린 밤이면, 저 속 어딘가로 손가락을 대어 나 아닌 파장을 찍어내고 싶다

Posted by shiny_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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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불고기

Poem/poem 2010. 3. 21. 19:26

소 불고기

새까만 살점이 쳐다보고 있다.
아직 나의 살점은
손을 싯기 위해 걷어붙인 옷에 의해 혈관의 눌린 통증이 느껴진다
혀는 입맛을 다시며
찌그러진 혈관을 쳐다보지만 이내 제정신을 찾은 혈관이 놀라 퉁명스레 눈으로 휘몰아치고 새까맣다면 더 까맣다고 할 수 있는 동공으로 소가 혀를 들이밀기 시작했다
고기는 소의 마음이 들어간다고 한다
내 눈동자로 비추는 한 줌 서글픔
고기는 혀가 없어서 홀로 맞보는 탱탱한 죽음
소의 혀는 풀을 그리워하는지 이내 새빨간 김치를 찾기 시작한다.
매워
울부짖는 장에 놀라 어서 승천시켜버리려고 부리나케 소화함
어쩌면 내 몸에 닿은 혀도 소 불고기맛에 놀라버리고 말아 몇방울 튈지도 모른다.

Posted by shiny_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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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Poem/poem 2010. 3. 21. 16:38

나뭇잎

토닥토닥 어디선가 뜨거운 눈물이 언 마음을 적셔온다
새까만 마음에도 한 줌 생명이 눈부시게 피어오른다
삐쩍 마른 사람에게서도 핏줄이 선명히 일어서듯
땅에서 하늘로 솟구치는 팽팽한 신선함

순환(循環)

그러나 저 땅 깊숙한 곳에서 피어나는 새싹에도 한계의 막에 다다르면
내 몸 구석구석을 휘감는 선명한 생기도 어느 순간 이 떨어지는 눈물방울 반응하지 않겠지만
풀잎 끝 송글송글 맺혀 있는 나를 역으로 붙잡고 있는 가두고 있는 나를 거꾸로 순환하게 하는 生命질에 다시 어디선가 노쇠한 나뭇잎 한 장 빗물에 자지러진다.

햇빛을 너무 쐰 손 하나
마치 가을빛을 연상하듯 숨겨진 선대의 나뭇잎에 빙의(憑依)하고 날아오는 바람에 날아가 버릴 듯 그러나 선선히 뻗쳐오는 양기로 하늘거리는 풀잎 끝 이슬만 떨어질 듯 말 듯 메마른 목을 넘어간다.

Posted by shiny_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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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Poem/poem 2010. 3. 16. 17:55

풍경

나, 길가다가 발자국 푸욱 남기는데 누군가 날 쳐다보면 발자국은 눈을 감고 내 발이 액자처럼 걸리겠네
동북쪽, 발끝은 길을 만들고 해는 발끝에 걸려 타오르는데
새까만 기억은 머리카락의 미세한 끝에서부터 슬금슬금 타 내려오는 것
해는 동그란 밝은 몸으로 뚫어지게 쳐다보네 내 다리가 걸리겠네
어느 기억이 한 올 한 올 흘러내리면 누군가의 기억은 내 손에선 한 줌 머리카락이네 머리카락이 손바닥 위에서 한 오라기 바람을 부르네

Posted by shiny_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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