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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poem2'에 해당되는 글 14건

  1. 2009.06.23 양원음梁園吟
  2. 2009.03.15
  3. 2009.02.04 두 시의 비교 #2
  4. 2009.01.28 개구리 부처

양원음梁園吟

Poem/poem2 2009. 6. 23. 19:16
양원음梁園吟

황하에 배 띄워 서울을 떠나
돛을 걸어 파도 헤치며 나아가네.
하늘은 길고 물은 넓어 멀리 건너기도 질려
고적 찾아 처음 평대에 이르렀네.
평대에 나그네 되니 시름도 많아
술 마시며 드디어 양원의 노래 지었다.
완적이 봉지에서 읊조린 일 기억하거니와
그 때문에 녹수에 거친 물결 일었지.
거친 물결 호탕하니 장안은 어드메뇨
길이 멀어 서쪽으로 가도 닿을 수 있을까.
인생살이 운명에 달통하면 시름할 겨를 있으리
좋은 술 마시고자 고루에 올랐다.
맨머리 노비가 큰 부채를 부치니
오월에도 덥지 않아 가을인가 하노라.
옥반에 양매를 그대 위해 놓았고
오나라 소금은 백설처럼 하얗다.
소금 집어 술 마실 뿐,
백이 숙제 배워서 고결하게 살지 말라.
옛사람 중 호화롭기는 신릉군이지만
지금 사람 신릉군의 무덤에서 밭을 가네.
황량한 성에는 푸른 산 달이 실없이 비치고
고목은 창오의 구름에 가렸네.
양왕의 궁궐은 지금 어디에 있나
사마상여와 매승은 먼저 가고 기다려주질 않았네.
춤 그림자 노랫소리 녹수에 흩어지고
변수만 남아서 동으로 흐르네.
이 일을 나직이 읊조리니 눈물이 옷을 적셔
황금으로 술을 사 취하고 돌아갈 수 없구나.
오백 놀이에 육박을 하며
무리 나누어 술을 걸고 한낮에도 얼큰하다.
노래하니 마음 멀어진다.
동산에 누웠다 때가 되면 일어나
창생을 구해도 늦지 않으리.
Posted by shiny_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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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poem2 2009. 3. 15. 23:04

               김기택

누군가 씹다 버린 껌.
이빨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껌.
이미 찍힌 이빨자국 위에
다시찍히고 찍히고 무수히 찍힌 이빨자국들을
하나도 버리거나 지우지 않고
작은 몸속에 겹겹이 구겨넣어
작고 동그란 덩어리로 뭉쳐놓은 껌.
그 많은 이빨자국 속에서
지금은 고요히 화석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껌.
고기를 찢고 열매를 부수던 힘이
아무리 짓이기고 짓이겨도
다 짓이겨지지 않고
조금도 찢어지거나 부서지지도 않은 껌.
살처럼 부드러운 촉감으로
고기처럼 쫄깃한 질감으로
이빨 밑에서 발버둥치는 팔다리 같은 물렁물렁한 탄력으로
이빨들이 잊고 있던 먼 살육의 기억을 깨워
그 피와 살과 비린내와 함께 놀던 껌.
지구의 일생 동안 이빨에 각인된 살의와 적의를
제 한몸에 고스란히 받고 있던 껌.
마음껏 뭉개고 갈고 짓누르다
이빨이 먼저 지쳐
마지못해 놓아준 껌.
Posted by shiny_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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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의 비교 #2

Poem/poem2 2009. 2. 4. 23:28
아우르기 - 병신 / 아령 - 병신<수정>

아우르기 - <병신>

(나는 지각을 딛고 섰는지 몰랐다
그저
내 다리로 섰는 줄 알았다)

자율학습이 끝나고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나는 내가 고3이라 생각했고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다
빨간 불-
짜증이 났다

하늘에는 깨진 별조각마저 없었고
공연히 벤츠를 모는 상상을 했다
느릿느릿 행인들에게는
경적을 울렸다

그 때
나는 보았다
보도 블럭 껌딱지에 사는 이들의
창백한 입김이 땅을 버티고 있는 것을

귀먹은 사람들은 파란 불을 보며
그들의 손을 밟고 길을 바삐 건너고 있었다
중얼거렸다
- 나는 어리다
귀를 막고 손을 밟았다
앞으로
일보 더 앞으로
고무막 너머 전해지는
느낌이 야릇했다

집에 와서 아버지를
뵈었다 손이
없었다
- 지금도 나는 그 까닭을 알 수 없을 것이다.


아령 - 병신

1.
다리가 아픈 날이다.
자율 때 읽은 글자가 눈동자에 흐르는 거리
마침표 하나 바닥에 누워 있다
나는 고3이다 나는 고3이다
윙윙 거리는 바람소리

2.
하늘에는 깨진 별조각마저 없었고
공연히 벤츠를 모는 상상을 했다
느릿느릿 행인들에게는
경적을 울렸다
그 때
나는 보았다
보도 블럭 껌딱지에 사는 이들
창백한 입김이 땅을 버티고 있는 것을

3.
마침표에는 어느덧 꼬리가 달라붙어있었다.
-나는 어리다
귀를 막고 손을 밟았다
앞으로 일보 더 앞으로 고무막 너머 전해지는 느낌이 야릇하다.

4.
집에와서 아버지를 뵈었다 손이 없다
검게 물든 손, 따뜻이 감싸주는 不在의 체온을 느껴 본다.

-------------------------------
고등학교때 같은 반이었던 애라, 블로그를 알게 됬는데,
때문에 올린 몇편의 시를 모두 분석해다가 비공개로 정리한적이 있다.
'병신'은 고3때 쓴 시를 최근에 다시 퇴고해서 올린 시였는데,
때문에, 안그래도 시에 있어서의 '인간관계'가 대폭 축소된 상황이라 한번 찍쩝거려봤다.
때문에 초고를 고쳐서 다시 덧글을 올렸다가, 역비난을 받았는데 -,.-
별로, 비난을 받기에 충분치 못한 글로 보여서 한 귀로 흘려보냈다.

우선 초고의 문제점은, 아우르기 시의 공통된 특징은
상상력의 전개가 많으나 거친 감정이 속속 들어오는 부분도 있어서,
전반적으로 정돈되지 않는 느낌을 준다.
처음의 (나는 지각을 딛고 섰는지 몰랐다 /그저 /내 다리로 섰는 줄 알았다) 와
'- 지금도 나는 그 까닭을 알 수 없을 것이다.' 모두 좋은 방식이 못된다.
그리고 시작 멘트.
'자율학습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부터 글쓴이의 필력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글이 '길이었다'의 과거형으로 뒤를 이어가기는 만만치 않은 내공이 필요한데,
아에 '이었다'를 빼놓고 '길'로 끝냈으면 글을 이어가기가 더 수월했을 것이다.
()를 빼고 계산했을 때 2연
'나는 내가 고3이라 생각했고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다 /빨간 불- /짜증이 났다'
첫연을 메워 주려면 두번째 연이 수려하게 전개되었어야 하는데, 시가 구덩이에 빠져버리는 느낌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또다시 과거형에 '빨간 불- 짜증이 났다'의 표현도 지나치게 거칠다. 제목 '병신'도 거칠기 마찬가지다.
벤츠까지는 그럭저럭 괸찮으나, '병신의 손을 밟는 것은' 사람의 상상이 적응하기 힘들어서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이건 또 뭔 상상이야?' 하고 그냥 넘겨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부분 역시 상상의 전개가 잘못되었다.
게다가 그 거지의 손을 밟아서 아버지의 손이 없다는 것도 즉 거지 = 아버지 가 된다는 전위성도
앞뒤 없이 거칠기 마찬가지다.

때문에 그 보완성을 갖추기 위해서,
최대한 원작의 글을 살린채, 4개의 연으로
1연  - 길을 걷는 진행형에서 자율학습때 본 글자가 거리에 재현되어 '마침표'의 생성 - '길가의 병신에게 눈이 닿은 정적감의 표시'
2연 - '상상의 시작' 동적 시간에서의 일
3연 - 마침표에 꼬리가 붙었다 라는 표현으로 마침표에서 쉼표로 이전하여 상상에서 벗어나서 현실에서의 재 발로
4연 - 검게 물든 손 - 자신, 따뜻이 감싸주는 '부재의 손'은 이미 손이 없다고 표현하였기 때문에 역으로 병신(아버지)가 자신을 감싸는 상황을 만들어 양심의 진동으로 승화시킨것이다.
이렇게 끝낼 경우 기존의

'- 지금도 나는 그 까닭을 알 수 없을 것이다.' 따위의 설명도 시도 아닌 부분을 삭제 시킬 수 있다.

---------------------------------------
간만에 스트레스를 제대로 해소했는데 ㅡ,.ㅡ
시인의 시에서도 내가 그만큼 쓰지 못하더라도 잡아내려면 잡아낼 부분이 많은데, 한낱 아마추어의 글은 A4용지 한쪽 분량도 가능하다 -_-
시를 너무 곱게 써와서 '수정해본 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
굳이 내가 엄청난 심력을 소모해가며 수차례 설법할 필요는 없다. 교류를 형성해보려다 잘못 짚은 꼴이었음
Posted by shiny_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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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부처

Poem/poem2 2009. 1. 28. 03:37
개구리 부처 / 양해기

12월 초
도선사 숲 속에 웅크린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두꺼운 코트와 내복을 입은 나와
눈이 마주친다

겨울잠에 들지 못한 개구리가
사람의 눈망울을 가진 개구리가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개구리가

겹겹이 옷을 껴입고도 추위에 떨고 있는 내게
토앙과 집과 가족을 가지고도
사업이 더 잘되게 해달라고
100일 기도회에 참석한 내게

이 추운 겨울
동면에 들어야할 것들은
내가 아니라 바로 너희들이라고
움찔 움찔 몸을 움직이며
뼈저린 가르침을 준다

털 한 올 없는
맨들맨들한 한 겹 살가죽만 가지고
뙤약볕에서, 눈밭에서
일년 내내 뒹굴던
여리디 여린 부처님이

나의 탐욕, 나의 이기심
나의 집, 나의 통장을

맨 몸으로 질타해 온다
Posted by shiny_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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