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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치 오뎅, 오뎅 꼬치
                                   이승재

포장마차에서 오뎅을 고른다
굵고 긴 것을 찾는데
굵은 것은 짧고
좀 길다 싶은 것은 죄 가늘다

친구놈은 확 꼬부라진 것을 들고 간장 종지를 찾는다
뚜껑 없는 것은 먼지가 들었을까 싫고
뚜껑 있는 것도 남의 침이 들었을까 싫다면서
그냥 씹는다

나도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하나 뽑아 올린다
참 많이도 뒤틀렸다
어디서나 곧은 놈을 만나기는 어렵다
그냥 간장 종지 속으로 밀어 넣는다

친구놈은 고장난 보일러 이야기를 한다
오래된 것이 요즈음은 계속 웅웅거리고
잔고장이 심하더니, 아예 죽어 버렸다고
계속 시위를 해도 안 되니까 아예 죽어 버렸다고
다시 살려 놓으면 실력 행사로 나올까 봐 무섭다나
터지면 죽겠지? 한다

입에서는 오뎅이 씹힌다
간장을 적시고 또 적셔도 싱거운 맛과 함께
무시당한 꿈이 씹힌다
냉골이 되었을 방과 빈 침대가
친구놈의 푸념이 쩝쩝거리며 씹힌다
아무리 입술에 힘을 주어 다물어도
점점 요란스러워진다

뒤틀리고 꼬부라진 것에 질렸는지
친구놈 담배 한 개비 불붙이고 섰다
뒤로 보이는 남산 타워와 나란히 뻐끔담배 피우고 섰다

쌓인 꼬챙이들 날 날카롭게 노려본다
Posted by shiny_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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