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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핀 밤나무

Poem/poem2 2009. 8. 30. 09:25
꽃이 핀 밤나무
                              류 진

그대 귀가 있던 자리에 낙엽 지는 걸 본다 그 낙엽 시들지 않아 칼날 같은 한철 끝나지 않는다 꽃 같은 그대의 귀를 베고 간 칼날, 그 칼날 몸속에 흐르므로 그대는 지금 낙엽으로 붉게 젖은 자리를 지난다 식지 않는 낙엽을 밟으며 그대는 그대를 꽃 피게 한 사랑을 미워한다 그대는 꽃이 났던 자리가 아프고 그 자리에 다시는 꽃눈 맺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허나 그대는 스스로 비명을 듣지 못하므로 아프지 않기로 한다 몸속에 흐르는 칼날이 소용돌이 치는 날, 피지 않는 꽃과 시들지 않는 낙엽 사이에서 그대는 봄날처럼 미쳐버리고, 봄날은 찾아오지 않고, 그대의 절망 새싹처럼 깨어있다 무엇도 잠들지 않는 폐허, 같은 그대의 화원 그대는 거기서 푸른 새싹과 뜨거운 낙엽으로 나를 그린다 지금 나는 그대의 척추 같은 나무가 된다 그러니 그대는 그대 사랑했던 자리마다 나를 세워두도록 한다 그리고 시월의 밤나무가 그러하듯이 그대가 흘린 뜨거운 낙엽 책임지지 않도록 한다 이듬해 봄이 다 오도록 굳지 않고 맥박 치는 낙엽이 있거든 나 또한 잠들지 않고 미쳐버리면 된다 미쳐서 나의 가지는 스스로를 벨 칼날이 되고 그 베인 끝자리마다 아프다는 소리 듣도록 그대 귀 닮은 꽃 새하얗게 틔우면 된다
Posted by shiny_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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