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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내재율

Poem/poem2 2009. 10. 9. 19:24
눈 내리는 내재율
                               김경주

저물 무렵 내리는 눈은 방마다 조용히 물고 있는 마을의 불빛들을 닮아가는 군요 눈들은 한 송이 한 송이 저마다 다른 시간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는 그 고요한 시간마다 눈을 맞추고 있는 것이겠지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눈을 가장 그리워하는 것 같습니다 - 2004년 01월 26일

뚜껑이 열린 채 내려진
밥통 속으로 눈이 내린다
눈들의 운율이
바닥에 쌓이고 있는 것이다
어린 쥐들의 깨진 이빨 조각 같은 것이
늦은 밤 돌아와 으스스 떨며
바닥을 긁던,
숟가락이 지나간 자리 같은 것이
양은의 바닥에 낭자하다

제 안의 격렬한 온도를,
수천 번 더 뒤집을 수 있는
밥통의 연대기가 내게는 없다
어쩌면 송진(松津)처럼 울울울 밖으로
흘러나오던 밥물은
그래서 밥통의 오래된 내재율이 되었는지
품은 열이 말라가면,
음악은 스스로 물러간다는데
새들더 저녁이면 저처럼
자신이 닿을 수 없는 음역으로
열을 내려 보내는 것인지 모른다는 생각

속으로 뜨겁게 뒤집었던 시간을 열어 보이며
몸의 열을 다 비우고 나서야
말라가는 생이 있다
봄날은 방에서 혼자 끓고 있는
밥물의 희미한 쪽이다
Posted by shiny_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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