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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국밥집이 붐비는 풍경
                                        고재종

담양하고도 창평장에를 가면
거기 녹슨 양철 지붕의 돼지국밥집 있다네
머릿고기, 내장, 간과 순대들
물큰내를 풍기며 가마솥에서 펄펄 끓는다네
오일장이면 누구랄 것도 없이 이른 참부터 들려
육두문자와 파만대소도 곁들이는 돼지국밥
모내기가 얼추 끝나 목 때를 벗기거나
숫눈이라도 내릴 때면 더더욱 붐비는 집
우리 동네 항우장사 이상신 씨는
주먹 송이만 한 비계까지 서걱서걱 베어 먹곤
소주병째로 털어 넣은 뒤 입 딱, 씻는다네
삼천 원짜리 국밥으론 깍두기 값도 못 건지겠다네
요즘은 인근 광주의 세단까지 웬일로 몰려와선
길바닥까지 평상 자리를 펼치자
옆집 포목점 영감, 으허으허 거쿨지게는 웃으며
구정물 퍼 묵을라고 참 많이도 온다고 외치는 집
그래도 당나귀처럼 잘도 찾아와선
비지땀 쏟으며 벌건 국물을 켜고
그렁그렁한 눈으로 먼 산을 한번! 쳐다보는 집
산해진미에도 헛헛한 마음들
돼지 내장으로 씻고는 화색이 도는 것인데
아무래도 무슨 추억이며 향수를 먹는 돼지국밥집
Posted by shiny_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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