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퇴근길을 밟는 시간이면 반대쪽으로 걷는 발이 있다
근사한 조명을 받으며, 건반을 들춘다. 손가락으로 밟는 시간 딱딱하게 굳어버린 시간 천천히 조물락 거리며 풀어주고 있다 바람이 훑어가듯이
단단한 촉감이 어깨를 타고 올라가면 단전에서부터 끌어온 힘으로 하루를 억누른다
시간은 손끝에서부터 조물거리다가 서서히 잠에서부터 일어나는 것이다 담쟁이 덩굴처럼 슬금슬금 나도 모르는 사이 나를 감아가고 있다 건반을 누를수록 잎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근사한 오후 담쟁이 잎을 들추면 지나간 건반 길이 내리막길에서 피아노를 등지고 있다.